여기 숙소도 좀 프리한 곳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주인이 자고 있다.
버스는 아홉시라서 준비 그럭저럭 끝내고 나가려는데, 생각해 보니 아침 포함인 숙소다.
주인은 자고있고..근데 테이블 보니 빵이 비닐에 쌓여서 놓여있다. 아마 새벽에 자기전에 올려둔 듯.
빵 몇개 챙겼다. 시간이 없어서
버스회사 pacheco로 가서 버스를 탔다. 리오 그란데와 우수아이아 가는 사람이 반반정도 되는 듯 하다.
한참 두시간 이상을 달려서 버스가 섰는데 길이 끊겨서 배를 타야한다.
그냥 일반 배고 객실이라기도 뭐한 사람 앉을곳이 한쪽에 조그맣게 있음
배를 타고 건넌 뒤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달린다. 진동이 심하다.
가는길엔 목장이 참 많은데 수많은 양떼들을 봤다.
차도 별로 없고 느낌이 이상하다. 정말 세상의 끝으로 가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 칠레 국경에서 내렸다. 여기서 출국도장 찍었다.
그리고 또 달리다가 아르헨티나 입국하려고 내렸다. 여기서도 우리 여권을 보더니 좀 헷갈려 하는듯 하다가 도장 팡 찍어줬다.
그리고 또 한참 달려서 리오 그란데에 도착했다. 이때까지 8시간 반을 달렸다.
내려서 우수아이아 간다고 하니 옆의 미니버스에 타란다.
사실 우수아이아에 숙소를 안잡아서 걱정이었는데,
다빈이네라는 한인민박이 있다고 들어서 전화를 해보려고 했건만,
전화할 시간도 없이 바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근데 이 미니버스는 한시간 정도 달리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고,
우리는 정말 휑한 세상의 끝 근처인 느낌이 드는 도로에서 한시간동안 고립이 되었다.
밖에 바람도 쐬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우수아이아 근처쯤 오니 바람이 쌀쌀하다.
푼타 아레나스에서만 해도 이렇게까지 춥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그렇게 다시 리오그란데에서 뒤늦게 출발한 다음 버스로 갈아타고 우수아이아로 향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졌다.
그런데 여기서 내 대각선 앞에 앉은 어떤 사람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데 한글 자막이 나온다.
난 신기해서 한국 자석으로 받았나 하고 자막으로 영화를 한참 봤다.
근데 영화 끝나고 보니 그건 곰플레이어였고, 한글 윈도우인거다.
핸드폰을 꺼내는데 ytn과 조선일보도 보신다.
넘 궁금해서 한국분이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무뚝뚝하게 그렇다고 하신다. 여기 사신단다.
반갑습니다 인사만 하고 그냥 신기하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우수아이아에 내릴때 쯤 되니 관광왔냐 숙소는 정했냐 물어보신다.
그래서 다빈이네라고 있다고 들었는데 위치를 모르겠다 하니
차로 델다줄테니 같이 내리라고 하셨다!
거절 안하고 후다닥 내렸다. 흐흐
알고보니 리오그란데에서 일하시는 LG 주재원이셨다.
덕분에 우린 자가용으로 편하게 다빈이네로 텔레포트 되었고,
예약을 안하고 가서 방이 있나 모르겠다며 방 없으면 다시 시내로 데려다 주시겠단다. 너무 감사하다.
다행히 벨을 눌렀는데 주인 아주머니도 계셨고 여쭤보니 방이 비어 있었다.
그래서 우린 다빈이네 민박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그래도 12시간 거리 버스 고장나서 13시간이나 걸렸는데 이 멀리 타지에서 운좋게 한국분을 만나서 쉽게 오다니,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버스에서 현우가 우수아이아 주민에게 다빈이네 위치 물어보니 택시로 20분 가야된다고 했는데, 거기가 아니었다. 휴!
시내인 산마르틴 거리에서 걸어서 20분도 안되는 곳이다.
동명의 지명이 있다고 알고 있어서 우리도 헷갈려서 고민이었는데 어쨋든 운이 좋았다.
다빈이네 주인아주머니는 넘 친절하셨다. 사실 우리가 남미에서 쓴 숙박비 중 최고 금액 갱신이다. 브라질 도미 가격 비슷함.
그치만 숙소를 보니 그냥 여기서 묵고싶다 생각이 들었다. 오리털 이불에 개인주방! 거의 별장 수준이다.
게다가 아저씨가 델다줬는데 무를수도 없다 크크~
우리가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었는데, 늦어서 수퍼도 문을 닫아버렸단다. 우린 그냥 씻고 잘까 했는데, 수퍼에서 오늘 장봐온게 있다며 음식을 빌려주셨다.
거기에 한국쌀도 주시고 샘표간장도 주셨다. 그래서 간장계란밥 해먹음.
사실 난 이렇게 간장만 가지고 밥을 해먹은적 없었는데..꿀맛이다.
나중에 한국 가면 간장, 고추장에도 밥 잘 먹을 자신이 생김
넘 힘든 하루다. 하루종일 이동만 하니깐..
이정도 시간이면 야간버스로 다녀야 좋은데, 배도 타고 출국도 하고 입국도 하고 버스도 갈아타니까 주간이동을 하는건가?
어쨋든 이동으로 하루가 다 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