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오래 쉬면 안되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호텔에서 정한 일정은 이렇다. 나가서 점심을 먹는다. 까르푸로 가서 버스를 타고 소어산공원에 간다. 맥주박물관을 간다. 끝.

일단 밖에 나와서 까르푸로 가는 중에 어딘가 블로그에서 본적이 있는 녹색 간판의 우육면집에 들어갔다.

당연히 메뉴에 사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벽에는 사진이 몇개 있긴 했는데 궂이 일어서서 손가락 가리키며 주문하기도 그렇고 해서

메뉴 중 첫번째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상식에 의거하여 각각 소메뉴의 첫번째 메뉴로 두개 시켰다. 둘 다 우육면으로 끝나니까 우육면은 맞을꺼다

가격은 7원, 13원인데.. 정말 저렴하다. 대만에서 먹던 우육면과는 약간 다르지만 맛도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까르푸쪽으로 걸어가면서 미식가거리 구경을 했다. 유명 맛집 몇개가 보였으나 딱히 들어가고 싶은 식당은 보이지 않음

약 20~25분 걸려서 까르푸에 도착했고 부산소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

일단 여행 준비를 해 온 자료에 의하면 소어산공원은 해수욕장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댄다.

몇번 버스를 타야할지 고민 할 필요 없이 정류장에 가서 찾아보면 된다. 해수욕장 정류소에 가는 버스가 몇대 보인다. 그래서 그 중에 오는걸로 타기로 했다.

우린 304번 버스를 탔다. 잔돈 만들려고 편의점에서 일부러 홍차를 샀는데 괜히샀다 마침 우리 탄 버스가 안내원 아줌마가 있는 버스였던 것이다.

1위안짜리 내려다가 안내원 아줌마를 보고 그냥 10위안짜리를 냈다. 두명이라고 손가락으로 알려주니 8위안을 거슬러준다 우와 정말 싸다

안내원 아줌마가 있는 버스는 내릴때도 아줌마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줌마가 여기서 내릴사람을 물어보는 것 같고 누군가가 내린다고 대답을 하면 아줌마가 서야한다고 기사님께 소리치는 시스템인 듯 하다. 무슨말인지 못 알아먹지만 왠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해수욕장 정류장에서 일부러 우리 내린다는 어필을 아줌마에게 하니 차가 정류장에 섰다. 그렇게 쉽게 도착!

참고로 어떻게 내릴곳을 아느냐..처음 가는 사람은 궁금할것이고 우리 마눌님은 아직도 궁금해하는데.. 버스 서면 정류장이 보이고 거기에 정류장 이름이 한자로 쓰여있다. 그럼 버스 안에 있는 정류장 지도를 보고 몇정류장 남았구나~ 하고 예상을 하면 된다. 그리고 방송이 나오는데 한국 음과 비슷하니 눈치가 좋고 눈이 좋으면 된다는거!

근데 잠깐의 문제가 생긴게.. 소어산공원은 그냥 꼭대기 전망대만 올라가면 되는 줄 알고 지도를 안뽑아왔는데 약간 골목을 헤맸다.

전망대가 실제로 보였는데 막상 가까이 가면 집들에 가려져 전망대가 안보여서 마을을 빙빙 돌아다님.. 그래도 금방 찾긴 했다

까르푸 근처나 타이동거리는 구글 지도를 출력해 왔었음 소어산도 뽑아올껄..

소어산공원 입구를 찾아서 10위안씩 내고 입장.. 들어갔는데 고양이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고양이 매니아인 마눌님은 마을을 헤맨것도 다 잊은 채 전망대 안올라가도 고양이만 보고 가도 좋다며 계속 만지작만지작 했다. 집에 홀로있는 우리 냥이가 생각난다.

적당히 놀아주다보니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들어온다. 헉 저분들이 오기 전에 어서 올라가자~ 해서 얼릉 올라갔다. 고양이가 까페까지 동행을 해 줌. 까페에서 키우는 냥이인가보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아무도 없고 춥다. 경치는 좋지만 뿌옇다. 어쨋든 칭다오가 한눈에 다 들어오니 기분이 좋다. 건물들도 참 이쁘다.

여기저기 사진 찍고 차분하게 찬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그 다음 행선지는 맥주 박물관이다. 근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맥주박물관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다. 결국 다시 까르푸 방향으로 가서 갈아타는게 최선인 것 같다.

그래서 택시도 도전해보기로 했는데 마눌님이 택시 잡는법을 모르겠다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돌아다니며 택시를 보니 빈 택시는 빈차 라는 의미 같은 빨간색 알림판이 표시가 되어있다. 손님이 타면 눕혀서 빨간 원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근데 인도와 차도 사이에 울타리도 있고 하니 택시가 안잡혀서 나와서 좀 걸으니 해수욕장이 나옴

해수욕장에 바다를 보니 마치 부산에 온 거 같기도 하고.. 신기한건 해수욕장 한켠에 할아버지들이 모여있는데.. 내복을 입고 운동을 하고 계심

우리나라는 할아버지들 모여서 윷놀이나 그림맞추기 놀이를 하는데.. 신기하게도 건전하게 운동을 하고 계신다. 내복입고 운동하는게 우수꽝스럽지만 왠지 좋아 보인다.

해수욕장을 나와서 택시가 지나가길래 잡아탔다. 인사하고 칭따오맥주박물관 가자고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니 다행히 내 말을 알아 들었다.

중국에 유독 약한 마눌님 앞이라 내가 더더욱 능력자가 된 기분이다. 아 근데 택시 기본료가 12위안이다.

칭다오 택시는 기본료가 9위안, 12위안인데 택시 밖에 쓰여있다..고 했는데 빈택시를 보고 그냥 잡아탔더니 12위안 택시이다.

그래도 에잉 12위안이니까 더 좋겠지 뭐 하면서 가는데.. 아저씨가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지 뭐라고 말을 한다.

못 알아듣지만 대충 느낌으로는.. 맥주박물관 문 닫았다고 다른곳 가자는 것 같다. 햐~ 이거 인도도 아니고..

못알아듣는척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잠시 후 다 왔다고 하는 아저씨.. 내리기 전에 쓱 보니.. 와인박물관임

불현듯 어디서 봤는지 어떤 블로그가 떠올랐는데 그 블로거도 맥주박물관 가자고해서 내려줘서 걍 들어갔는데 와인박물관이었다던가? 갑자기 생각났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섞어가며 와인 노 비어비어~ 피주~ 피주보우관~ 근데 자꾸 거기 문닫았다고 그러는거다

짜증나서 내린 다음 버스타고 갈까 했는데 아저씨가 그냥 포기하고 출발.. 그리곤 2-3분도 안가서 금방 맥주박물관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끝까지... 가봐라 내말이 맞다 문 닫았거덩?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택시비로 13위안이 나왔는데 거스름돈도 1위안 덜 주고 14위안을 받아 챙겼다.

1위안을 왜 덜줄까..잠시 생각하다가 넘 웃기기도 하고 그냥 내렸다. 아저씨가 너무 연기를 잘 해서 문 닫았나 반신반의 했는데 맥주박물관 문을 열어보니 그냥 열림..

마눌님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문도 열리고 아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맥주박물관을 보고 마음을 놓으며 택시아저씨 웃긴다며 막 이야기를 했다.

난 그 아저씨가 거스름돈 1위안 덜 준 이야기도 하면서 깔깔대며 웃었다. 이 사건도 나중에 분명 술안주거리가 될거라는 예상..

표 사고 박물관 구경 하는데 다른 한국 커플도 있었다.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그러면서 다닐까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따로 다님..

그 커플 뿐만 아니라 단체로 온 한국인도 많았다 하긴 여긴 한국사람 귀한 나라가 아니니까.. 한국인 귀한 나라처럼 행동할 뻔 했다.

중간에 원액 맥주를 주는데 그게 참 고소하고 맛있었다는거.. 마지막에 주는 생맥은 미리 뽑아놔서 참 맛없었다는거.

그리고 박물관 구경하는 것 중에 취한느낌을 주는 방? 같은게 있는데 난 멀쩡히 걷고 와이프는 적응을 못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박물관에서는 칭따오 맥주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2개 구매했다.

그리고 타이동 거리로 걸어서 가기로 하고 나왔는데 아뿔사.. 지도가 없어졌다.

한국에서 A4용지에 뽑아온 구글지도인데.. 잃어버리면 아까 소어산 공원처럼 좀 힘들어질 것 같다. 게다가 주요 관광지 버스노선도 적혀있는데..

그래서 다시 맥주박물관으로 들어가보니 아까 마지막에 맥주 먹었던 자리 바닥에 떨어져있는게 아닌가~

우와 찾아서 넘 다행히다 지도야~~ㅠㅠ 참고로 맥주박물관 입구가 아니고 출구로 들어갔다 거긴 그냥 맥주먹는 바~

지도를 찾으니 타이동거리 금방 찾았고 에스컬레이터 육교 타보려고 했는데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는 공사중..

내 느낌인지 모르겠는데 몇사람만 있으면 될 것 같은 공사현장에 한국보다 3배 이상 사람들이 있는 느낌.. 상당수는 그냥 처다만 보고 있다.

어쨋든 금방 고쳐지는게 아닌 거 같아서 그냥 타이동 야시장 돌아다니고 이상한 길거리 음식도 도전해서 먹어봤다

야시장은 다른곳에서 많이 본 느낌의 야시장.. 홍콩이나 태국같은데서 본 것 같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일단 중국어로 흥정하는게 우리에겐 스트레스라서 구경만 좀 했다

돌아올때도 버스를 탔는데 2위안이었다. 우와 버스비가 2배 차이~ 그치만 싸다.

부산소 정류장에 내려서 까르푸에 들러서 쇼핑을 했다. 우와 근데 반나절도 안돌아다녔는데 다리가 아프다

호텔로 가는 길도 왜이리 길까? 이 때 다짐했다. 우린 남들처럼 까르푸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거.. 내일부턴 호텔 근처의 해양지질소 정류장 이용이다.

호텔에 오니 다리가 좍 풀린다. 잠시만 쉬었다가 근처러 저녁밥을 먹으러 가기로..

먹고싶은건 양꼬치, 볶음밥, 탕수육..인데.. 진짜.. 아무리 맛집 찾으려고 해도 머리만 아프고 해서 그냥 저렴한듯 하면서 땡기는데로 들어갔다

다행히 여긴 메뉴가 그림으로 있어서 이거~이거~ 하면서 시켰다. 칭따오 순생과 볶음밥, 탕수육 도전

탕수육은 아닌데 그림이 탕수육같아서 시킨거고 볶음밥은 그림으로 없었는데 내 느낌으로 찍었는데 그게 볶음밥이 맞았다 ㅎㅎ 성공~

볶음밥도 참 맛있고 다 좋은데 뭘 이렇게 많이 주는걸까? 배터져 죽는 줄 알았다. 탕수육도 그냥 한국 탕수육 비슷하다. 괜찮음

칭따오 순생은 정말 순한데 알콜 도수가 3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건 거의 물먹는 느낌..

그래서 조금만 마시고 호텔 가는길에 맥주를 사갔다. 우객 이라는 편의점이 있어서 칭따오 맥주를 구입..

한국에서 먹는 맥주정도만 샀는데... 이 날 알게 되었다. 왜 칭따오 맥주를 한국에서 먹는것과 칭다오 가서 먹는것과 다르다고 하는 것을..

한국의 칭따오 맥주는 4.7도 칭따오순생은 4.3도인가? 그렇던데.. 여기 현지에서 먹는 칭따오는 4도 이하 라고 표기되어 있다. 순생은 3.2인가3.1인가

하여튼 여기서 먹는 맥주는 500잔에 맥주를 넣고 물처럼 원샷이 가능하다.

몇몇 블로그에서 잘 못먹는 맥주 칭따오 맥주는 술술 넘어간다느니.. 밥 먹을때마다 맥주를 마셨는데 취하지 않았다느니.. 갑자기 모든 퍼즐이 맞추어진다. 640ml 맥주 3병을 사왔는데 순식간에 맥주는 사라졌고.. 방광만 터질 뻔 했다.

길고 길었던 칭다오의 하루는 이렇게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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