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쯤 되었는데 버스직원이 커튼도 쳐버리고 밥도 줬다. 자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게다가 아직 잠도 덜 깼는데 담요도 회수 해 간다!

뭐지 왜 이러지 했는데 생각 해 보니 도착시간이 다 되가나 보다.

8시쯤 도착한걸로 기억한다. 발디비아는 안개가 자욱했다.

게다가 내려서 숨을 쉬는데 입김이 나오는거다! 허걱 남쪽으로 조금 내려왔다고 날씨가 이렇게 쌀쌀해지다니!

현우는 남미에 살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춥다고 그런다. 사실 우린 그렇게 춥진 않았고 그냥 약간 쌀쌀 하구나 했다.

버스터미널 도착해서 우리가 갈 바릴로체랑, 현우가 갈 칠로에, 아레나스 등 버스들을 알아봤다.

물론 우리가 한게 아니고 현우의 유창한 스페인어로..

그래서 어이없게 발디비아에서 바릴로체 직통버스는 안데스마르 버스회사에서 일주일에 3번인가 4번 운행하는데

하필 내일 가는게 없는거다.

몇요일인지 기억 해 놨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하여튼 일요일엔 없었다.

그래서 내일 일요일에 가는 방법은 오소르노로 일단 가는거다.

오소르노에 가면 안데스마르 버스도 날마다 운행하고, 다른 버스도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일단 엄청 고민 한 다음 내일 아침 가는 버스 티켓 구매(버스 노르떼, 3200페소)

날 잘못 맞춰가면 오소르노 가는 추가요금만 드는거다. 사실 그냥 하루 더 묵어버릴까 했는데 비행기 시간이 정해져서..

현우는 내일 아침 칠로에 가는 버스를 구입했다. 이렇게 내일 우리는 잠시 헤어진다.

우리는 바릴로체 갔다가 몬트로 돌아와서 아레나스 가는 비행기를 탈꺼고,

현우는 당당하게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실제 여기 와서 알아보니 버스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존재했다.

내가 타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약 35000페소 쯤 하는 듯 하다. 비행기보다는 가격이 60퍼센트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아마 나도 인터넷으로 가격 정보가 있었다면 비행기 티켓 안샀을지도 모르겠다.

본전 뽑기 위해서 몬트 공항 라운지에서 폭풍 흡입을 해줄테다.

우린 일단 호스텔을 잡기로 결정했는데, 호스텔월드에서 나온 최저가가 9000페소라는 어이없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어 가능한 현우가 있기 때문에 가는 길에 호스텔이 있으면 또 찔러보기로 결정

가는길에 호스텔 하나 들렀는데 인당 만페소가 넘음.. 관광지도 아닌데 아오..

그래서 호스텔 말고 이름모를 오스뻬다헤 발견해서 벨 눌러 들어갔다.

인당 7000페소라고 했는데 의외로 와이파이도 있다는거다.

시설을 그냥그냥 했지만 춥기도 하고 해서 숙박 결정.

그렇게 짐을 풀고 샤워도 하고 나니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쨍쨍하게 들어온다.

발디비아 날씨 신기하다. ㅋㅋ

그래서 우린 해산물 마켓 쪽으로 가봤고, 정말 바다사자를 볼 수 있었다.

산티아고부터 우리와 경로가 같아서 자주 가서 들여다보는 다른 여행자 부부님 블로그가 있는데

발디비아에서 바다사자가 육지로 올라와 있다는 말을 들어서 살짝 기대했었다.

근데..정말로..

이 바다사자가 시장에 있는거다!

심지어 고기손질하는 아저씨 옆에..옆집 사장님 처럼! 어이가 없었다.

바로 앞에 가서 구경 했는데 하품하고 우리에겐 관심이 없었다.

한참 사진찍기도 하고 구경 하다가 일단 해산물 쇼핑..

오늘은 칼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그냥 발디비아 해산물 유명하니까 바지락 칼국수 생각이 났다. 게다가 밀가루도 있고..

그래서 바지락을 사야하는데 바지락이랑 모양은 비슷한데 크기만 열배정도 하는 조개들이 있다.

그냥 그걸로 샀다. 키로에 천페소.

그리고 여기서 애호박도 사고.. 근데 너무 배고프다.

점심은 맥도날드다. 또 650페소짜리 햄버거 먹었다.

햄버거 먹고 와이파이도 되서 와이파이도 하고 카드게임도 잠시 했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도 하고 현우 마떼 보온병 넣을 가방 산다고 해서 이런저런 가게들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리 넘어서 섬에도 가보고.. 근데 볼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냥 도로 넘어와서 마트에 간 뒤 맥주도 좀 사고

그리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생각 해 보니 주방 사용 가능한지 확실치 않은거다.

다행히 우리의 구세주 현우가 있다. 아줌마에게 주방 써도 되냐고 묻는데

아줌마가 쓰라고는 하는데 왠지 깐깐하고 기분나쁜 말투로 쓰라고 한다고 한다. 우린 잘 모르겠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것도 쓰고 이것도 쓰고 또 필요한거 있음 말해 하는거 같은데 여기에서 오래 살아본 현우는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근데 여기서 눈치챘다. 우리가 사온 맥주를 보더니 이건 마시면 안된다고 하는거다. 근데 아줌마는 맥주캔 하나 따더니 방으로 들어가심..

이때부터 왠지 우리도 좀 눈치가 보인다. 얼릉 만들어 먹고 올라 가야겠다.

칼국수를 만들려고 하다가 도마도 넘 작고 해서 수제비로 급 변경.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좀 걱정했다. 처음보는 조개 사와서 과연 해물 수제비가 가능할지..

근데 이 모든 걱정을 다 날려버리고 우리 마눌님은 완벽한 해물 수제비를 탄생시켰다.

수제비가 너무 맛있었다. 진심.

몇일전 짜파게티 요리하는 것과는 정말 180도 다르다. 다 잊혀졌다.

현우도 넘 맛있게 먹고..

게다가 좀 남은 애호박으론 호박전까지 만들어먹는 여유를 부렸으니!

아줌마가 나타났을땐 좀 쫄았다. 사실 수제비가 조금 타서 탄부분 긁었다가 냄비가 긁혀가지고..

다행히 아무말 안하셨다.

얼릉 저녁먹고 방으로 들어가서 맥주에 과자, 호박전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맥주가 싸서 6도짜리 도라다 맥주를 샀는데

한 3캔 먹으니까 취기가 확 올라온다. 역시 난 맥주는 5도 이하가 좋다

내일 7시10분 버스를 끊어서 일찍 일어나야된다. 맥주 후딱 먹고 잘 준비를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