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식 먹고 일찍 나설 채비를 했다.
한 열시쯤 버스로 따끄나로 이동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아홉시 넘어 체크아웃을 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도착.
따끄나 가는 버스는 플로레스 버스가 많다.
20솔짜리 일반 버스인데 버스 전체가 일반좌석이라 1층 젤 앞자리로 앉았다. 1층엔 좌석이 16개 정도 뿐이라 2층보다 나은듯!
이날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은 지금껏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일단 따끄나라는 국경도시까지 6시간 걸리는 버스인데 가다가 타이어 펑크가 나서 잠시 지체되었다.
와이프가 이때까진 좀 신났다. 지루한 이동중에 펑크가 나자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버스회사 아저씨도 왠지 좋아하셨다. 발랄하고 버스 수리에 관심많은 동양 외국인 여자사람이 싫진 않으신 듯 하다.
나중에 타이어 교체하면서도 일부러 보여주셨다. 못이 박혀있는걸.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여 일곱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착하자 배가 고파서 버스 가격만 확인하고 터미널 근처에 밥집에서 마지막 만찬..일줄 알았던 저녁을 먹었다. 닭도리탕 비슷한 요리였고 맛있고 5솔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음식이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서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음료도 사고 과자도 사고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도 한 뒤 이미 어둑어둑해진 이후 버스를 타러 갔다.
이상하게 버스비는 10솔이 아닌 12솔이었고, 칠레페소로 내는게 더 이익이었다. 칠레페소는 2000페소다.
여권을 주고 버스에 배낭을 가지고 올라탔다. 버스 짐칸도 닫혀있고 우리 배낭도 큰편이 아니라서다.
배낭을 가지고 타서 자리가 조금 불편하긴 했다. 칠레 입국종이가 있어서 작성.
버스엔 외국인이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처럼 페루에서 칠레 넘는 외국인이 얼마 없나?
근데 문제가 또 터졌다. 버스가 또 고장이 났다.
터미널에서 출발한지 5분도 안되어 길거리에 섰다.
버스회사 직원들이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버스는 작동이 안되서 회사에선 다른 버스를 보내줬다.
버스를 옮기며 배낭들을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짐칸에 넣었다.
우리가 짐 넣을때.어떤 아저씨가 짐을 넣어줬다. 우리 짐도 넣어주고 다른 현지인 짐도 넣어줬는데 난 새로 온 버스 기사인줄 알았다.
와이프는 이상하다고 생각 했댄다. 처음보는 얼굴이라서..
왠지 이때 털린 것 같다. 짐 넣고 바로 올라탔고 여긴 터미널도 아니니깐.
난 버스 고장난게 다행일지도 몰라 우리 짐을 짐칸에 넣고 편하게 가잖아~ 라는 멍청한 말도 했다.
페루 출국할때 다들 내려서 출국심사 받는데 외국인은 우리뿐이라 출국심사 하는 직원이 둘다 당황했다.
덕분에 우리때문에 출국이 늦어졌다.
우리보고 페루비자가.왜 없냐고 그러고..
우리 여권을 보고 북한인지 남한인지 모르는 직원들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이쪽으로 출국을 얼마 안하는 걸까? 아님 신입사원일 수도 있고~
출국 마친 뒤 칠레 입국장으로~
여기선 가진 짐을 가지고 들어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근데.. 버스 짐칸에 우리 배낭이 없다.
설마설마 했다 이때까진.
아저씨가 당연히 알고 있겠지 했는데 모른댄다. 너무 태연하다
패루 출국하던 어떤 현지인이 영어를 할 줄 알아서 통역해줬는데.. 왜냐면 여기는 페루니깐~ 이랬다.
잃어버린건 유감이네 그치만 어쩔 수 없다 왜냐면 여긴 페루잖아.
와.. 여긴 인도잖아 란 비숫한 문장이다. 여긴 페루잖아 라니..
버스회사 직원은 칠레 갈꺼냐 말꺼냐 가지고 얘기한다.
페루에서 잃어버렸으니 페루 관할 그러니 우린 페루로 돌아간다고 했다.
페루 가서 폴리스리포트를 받던가
혹은 칠레보다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페루에서 쇼핑을 하기로 결정.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일단 국경으로 가보기로 했다
페루 국경 가서 물어보니 페루 출국시엔 버스 물건을 꺼내서 뒤지지 않는댄다.
결국 여기서 짐칸을 안열었다면 그 전에 털렸다는 얘긴데..
페루 국경에서도 넘 정신 없었다.
아무도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없다.
어떤 젊은 남자가 영어 할줄 안다고 왔는데 나보다 못하는거 같고..아마 그중에 영어를 할 줄 아니까 보냈을텐데,
결국 구글 번역기로 대화했다!
국경 경찰와 대화의 주된 내용은 칠레 넘어갔다왔냐.. 칠레에서 잃어버린건 아니냐, 버스가 칠레버스다. 칠레가서 해결해야한다. 이런거다. 책임회피 하려는 모습에 화가 났지만 그럴 힘도 없다.
생각해보니 국경에서 이것들이 뭘 어떻게 해줄거같지도 않고,(얘네 잘못이 아니니깐) 결국 우리가 마음을 추스리는게 우선이다.
일단 페루 입국을 다시 하고 따끄나로 돌아갔다.
와이프는 지금 세면도구도 없고 썬크림같은 화장품도 없어서 오늘 당장 씻지도 못하고 내일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다고 울상이다.
다행히 많이 징징대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난 정말 멘탈 붕괴 됐을꺼다. 나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음.
따끄나 터미널 도착 후 소액 달러 다시 페루돈 환전하고 택시타고 아르마스 광장에 가니 시간이 밤 11시 45분쯤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 가게 문이 다 닫은거 같은데 큰 약국이 열려있다.
와이프 크림과 선크림 샀다. 샴푸도 살까 했는데 힘도 없고 오늘 씻고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냥 잠이나 잤으면!
그래서 대충 보이는 호스텔로 가서 숙박.
아저씨 주무시다 나온거 같은데 그래도 친절하심.
론리에 나온곳인데 와이파이도 없고 전기로 데우는 샤워였다. 별로 추천하고싶진 않음
그냥 처 잤다. 좀 억울해서 잠이 바로 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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